육아・育児/일상기록・日常

21~22개월의 싫어병

곤냑 2021. 2. 1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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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이야" "시로"

정말 웬만한 일이 아니면 혼자 있을 때도 잘 안 우는데
요 며칠 블로그고 뭐고 현생이 너무 힘들어서
너무 지쳐서 매일 아기랑 같이 울었다.

이것저것 찾아봐서 원인도 알았고 대처법도 알았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는데
머리로는 다 이해했는데 마음이 너무
에휴...



18개월~ 즈음 부터 자기 의지가 생기고 강해지면서
두돌전에 꼭 한번씩 거쳐가는 시기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싫어병"이라고 한단다.
어쩜 이름도 찰떡같이 지었는지ㅋ

말 그대로 뭐든지 싫댄다.
그냥 싫다고 하면 '아 그래? 싫으면 말아라' 하고 끝인데... 울고불고 싫다고 한다.
숨이 꺽꺽 넘어가면서도 끝까지 싫다고;

한 예로,
과자를 줬는데 싫다고 한다 → 치운다 →
까까 아니야!! → 눈에 안보이는 곳에 치운다 →
까까 아니야!! ×∞
(그러고는 본인이 직접 서랍 안에 넣어 치운다)
→ 좀 잠잠해졌다가 다시 서럽게 욺
"까까 아니야.... 끅! 아이야아야아!!!!"




아이가 싫다고 하면
왜 싫은지 들어주라고 한다.
'왜 싫어?', '뭐가 하고 싶어?', '그럼 어떻게 할까?'

이 말을 21개월 아기가 이해를 할까...?

의견 존중해주려고 물어보면 더 울던데ㅠㅠ



엊그제는 너무 못 참겠어서
결국 우는 애를 붙잡고 나도 같이 소리쳤다.
그럼 어쩌라고!!!

그러다 둘이 같이 엉엉 울었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대체 뭘 어쩌란 말이야.



옆집 윗집 아랫집
신고 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샤워때문에.
씻으러 가자했더니 안가겠대
그래서 그럼 나 먼저 씻겠다고 들어갔더니
자기도 씻겠다고 문열고 들어옴
그래서 옷 벗기려했더니 아니라고 소리치며 도망
그래 넌 안 씻어도 된다 난 씻겠다 하고 욕실 문을
열었더니 또 다다다 댤려와서는 아니라고 소리소리
샤워기 틀었더니 또 달려와서 끄고
자기가 꺼서 물이 안 나오니까
안 나온다고 울면서 물 틀고
트니까 물이 나온다고 악쓰며 물 끄고;
결국 씻기 포기하고 나왔는데
이번엔 내가 욕실 밖으로 나왔다고...
들어가라며 문닫길래 들어갔더니 또 안 나온다고
다시 문 열고 나오라고 울고불고...
쓰다보니 또 눈물이 나네 ㅠㅠㅠ

그 뒤로는,
씻긴다 vs 안 씻는다
기저귀를 입힌다 vs 안 입겠다
옷을 입혀달라 vs 역시 안 입겠다 벗겨라
안아달라 vs 안지마라


나도 사람인지라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다 벗고 우는 애 내팽겨쳐놓고
모른 척 했다.
아무것도 안 들리고 안 보인다 하면서도
쟤 감기걸리면 어쩌지
바닥 물기에 미끄러지면 어쩌지



역시 시간이 답인 건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주문을 얼마나 외웠는지.
부처가 되기 전에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다.

오빠도 오늘 처음 겪고는
평소에도 이러냐고...
오빠만 없었으면 오늘도 같이 악쓰며 울었을 거다.



울다 지친 건지
다 운 건지
불꺼진 방 안에서 조금씩 진정이 된 아기를 안고
토닥이면서 계속 미안하다고 또 울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또 잠잠해 지는데
아깐 뭘 그리 못 참아서 애한테 큰 소리를 내고
추운데 옷도 안 입히고 혼자 뒀을까
억지로라도 입힐걸 그게 학대의 시작이였을텐데
나는 정말 미친사람이다 미친 사럄이야.
미안해 내가 엄마라서 미안해


당연히 다 알아듣진 못 했겠지만
마음은 제발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것도 저것도 싫은 이유가 너도 있었을텐데
빠르게 캐치하지 못해서 미안해
이것도 저것도 싫은 마음이 들게 한 것도
나 때문이였을텐데 역으로 화내서 미안해


자꾸 감정적으로 대해서 미안해




_
어억... 갑자기 일기가 되었다.
블로그를 밤에 쓰면 안 되겠다.


어휴
잠든 얼굴을 보니 눈물이 안 멈춘다.
이렇게 작고 예쁜 애를 내가...
미치겠네;



아무튼 자기 의견도 주장할 줄 알고!
너무너무 대견하고 특별히 해주는 것도 없는데도
잘 성장해주고 있어서 정말 고마운데,
요즘은 이게 자기 주장이 아니라 고집이란 생각이...



내일은 또 웃으면서 시작하겠지 늘 그랬듯이.
하루의 마지막도 웃으면서 끝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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