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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 겪고 나서 알게된 것들 - 모유수유 편

곤냑 2020. 11. 1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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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이 아닌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 의한 지극히 주관적인 글입니다. (다른 분들은 안 그럴 수 있음.)

*생각날 때마다 추가, 수정할 예정.

 

 

 ◇


1. 초유는 양이 적다.

 출산하고 4일째 되는 날, 유축기로 유축하는 방법과 젖병 소독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처음엔 양쪽 다 합쳐 20ml 겨우 나올까 말까였다.

너무 적은 양이라 수유실에 가져가기가 창피했다.

하지만 수유실 선생님들은 그거라도 가져오라고 하셨다.

 

초유는 처음에 노오란 빛인데, 정말 출산 후 5~6일만 노란 빛이였고, 일주일 쯤 부터는 색이 연해졌다.
사실 잘 모르는데, 사진으로 봤을 때 확실히 색이 다르다. (유축할 때마다 모유 양 체크한다고 사진을 찍어놨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초유는 원래 양이 적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간에 위축되지 말고 더 자주 유축해서 자주 갖다드릴 걸 싶다.

면역 성분 등 아기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가장 많이 들었고(?), 그 때만 나오는 것이기에 아쉬웠다.

 

 

2.  모유는 양쪽에서 나온다.

 아기가 오른쪽을 물고 있으면 왼쪽에서도 모유가 나왔다.

처음엔 왜 자꾸 반대쪽 가슴이(옷이) 젖을까 했는데,

모유수유 2일 째, 수유실 선생님께 여쭤보고 나서야 알았다.

빨리 말씀해 주시지... 그래서 수유패드가 필요한 거구나.

이틀이지만 그동안 병원 안(수유실-병실)을 젖은 채로 다니다 부랴부랴 수유패드를 준비한 기억이 난다.

 

 

3. 모유의 양은 가슴크기와 상관이 없다.

 여지껏 3n년 동안 살면서 하늘에 맹세하고 나보다 가슴이 없는 성인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출산 전부터 나는 모유수유를 못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유가 찰 공간이 없으니까.

그런데 수유실에서 자꾸 선생님들이 모유 물리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나도 웬만하면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기에 일단 가르쳐 주시는 대로 물리긴 했는데, 정말 먹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아주 조심스럽게 ‘제가 가슴이 없는데도 모유가 나올까요?’라고 질문한 적이 있는데, 수유실 선생님께서 웃으시면서 ‘모유 양은 가슴크기랑 상관 없어요.’라고 하셨다. 무엇보다 반대쪽 가슴이 축 젖은 걸 보면 모유가 안 나오는 건 아니라고.

 

 

4. 모유가 차는 시간이 있다.

 처음엔 잘 모르는데, 유축기로 유축을 하다 보면 한 두방울 씩 나오다가 어느 순간 팍! 하고 터지듯 쭉쭉 나오는 때가 있다. 나는 그게 약 20분 간격이었고 1~2분 정도 였다.

이것 역시 양쪽 동시에 나왔기 때문에... 처음에 양이 적었던 나는 가슴 양쪽에 젖병을 두고 받고 싶었다.

(물론 모양새가 이상하고 자세도 어정쩡해질 것 같아 해보진 않음...)

유축할 때뿐만 아니라 직접 수유할 때도 팍! 하고 터져나와서, 아기가 마시다 쿨럭쿨럭하기도 했다.

미안 나의 의지가 아니였어...

 

 

5. 가슴이 없어도 젖몸살은 온다.

 ‘젖몸살’이란 단어도 겪고 나서 처음 알았다.

가슴이 딱딱해지면서 뜨거워진다. 마치 뜨거운 돌 덩어리 두 개가 가슴살을 찢고 나올 것만 같다.

원인도 모르겠고 이런 건 듣도보도 못했어서 너무 무서웠다. 수유실 선생님께서 젖몸살이라고, 젖을 짜주면 된다고 하셨다. 직접 짜 주셨는데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아팠다. 마침 다음날이 마사지하시는 분이 오시는 날이라며 예약해주셨다.

마사지하시는 분께서 말씀하시길, 안에 찬 젖을 빼주지 않으면 유선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하셨다. 아기가 빨지 않으면(못 빨면) 남편의 도움이라도 받으라고...

 

그날 뒤로 며칠 동안 밤새 엄마가 더운물 찬물 번갈아가며 수건에 적셔서 가슴을 둥글둥글 마사지해가며 짜 주셨다.

정말 말 그대로 쥐어짜듯... 안그래도 손목도 안 좋으신 엄마한테 감사하고 미안해서 아프단 말도 못하고 속으로 엄청 울었다. 엄청, 엄청 아프다. 가슴이 작아서(젖이 찰 공간이 없어서) 짜도짜도 자꾸 뭉치는 건가 싶었다.

한편으론 나도 젖이 차긴 하는 구나 하고 안심했다.  

유축기 사용이 서툴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유축을 해도 딱딱해진 가슴이 안 풀렸다.
시간이 훨씬 더 지나고 나서, 젖뭉침에 유축기로 풀긴 했지만 완벽하게 풀리진 않았다. 마치 타피오카 밀크티를 마시는 데 밀크티는 다 마시고 안에 타피오카들은 묵직하게 남아있는 그런 느낌...?

 

*유튜브 등에 젖 짜내는 방법(가슴 마사지 방법)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더운 수건으로 찜질하면 젖이 돌기 때문에(차기 때문에), 젖을 짜내려면 찬 수건으로 찜질하라고 하셨습니다.

 

 

6. 한 달만 참아라.

 조리원에서 알게 된 4번째 아들을 낳으신 선배 엄마께서, 모유수유하려면 처음 한 달만 잘 버티면 된다고 하셨다.

무슨 말인고 하니, 처음에 물리면 아프지만, 그 아픔을 한 달만 참으면 그 뒤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도 아파서 모유수유를 포기했다고 하셨는데...(나는 분유먹고 큼 ㅎㅎ)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서 그런가, 나는 처음부터 아프지 않았다.

막 울다가도 젖만 물리면 잠드는 아기가... 먹는 둥 자는 둥 해서 그랬을지도?

아무튼 처음 한 달도, 그 뒤로도 통증은 없었다.

다만, 더 시간이 흘러서 턱에 힘을 주게 된 뒤로 깨물 때는 눈물을 찔끔했다.

 

 

7. 아기와 엄마는 이어져있다.

 한 몸에 있다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어져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유축기에 익숙해질 무렵, ‘젖이 돈다’, ‘젖이 차는 느낌’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지금 안 짜면 또 뭉치겠구나! 하고 부랴부랴 유축기를 꺼내서 짜내고 있으면 수유실에서 전화가 왔다. 아기가 우는데 모유 먹이겠냐고.

물론 달려가 물리면 금세 울음을 그치고 잠들어 버리기 일쑤였지만, 아기가 배고플 시간이면 젖이 차는 구나 하고 느꼈다.

 

 

8. 모유의 양은 물리면 는다.

 수유실 선생님이, 모유 양을 늘릴려면 먹다 잠들거나 적게 먹더라도 무조건 물리라고 하셨다. 아기가 자꾸 빨아야 유선이 뚫린다고. (아기가 빠는 힘이 정말 세다고 한다. 오죽하면 힘쓰는 일에 '젖먹던 힘까지'라는 구호를 쓰겠냐며...)

안 나오는데 물리면 아프기만 아프고 아기도 답답하기만 하지 왜 먹이라는 걸까.

분유를 주더라도 모유를 먼저 먹이고 부족한 양을 분유로 채우라고 하셨다. (여기서 2차 의문. 아기가 모유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르는데 분유가 얼마나 모자라는지 어떻게 아는 건지...)

 

조리원을 퇴원하고 나서 집에서도 젖뭉침이 심해서,

모유수유와 젖몸살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해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슴이 작아서 모유 양이 적은가 봐.’

‘나는 가슴이 작아서 모유가 금방 차나 봐.’

‘그럼 우리 아기는 조금씩 자주 먹이자!’

 

조리원에서는 아기가 밤에 깊이 잠들었더라도, 깨워서라도 3시간에 한 번씩은 먹여야한다고 하셨다.

그럼 우리 아기는 2시간마다 먹이지 뭐.

그렇다고 정말 2시간마다 먹인 건 아니고. ㅎㅎ

어떻게든 유축한 것 보단 직수로 먹이려고 노력했다.

아기와 엄마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것으로 이어져있다고 믿으면서.

 

그 결과, 처음 생후 2-3개월은 분유의 도움을 받았지만, 16개월 동안 모자람 없이 먹였다.

유축기로 유축하면서 200ml가 넘어간 날은 기념하고 싶어 사진도 찍었다.

 

우와, 양쪽 20ml 도 겨우겨우 모았었는데, 이제 100은 기본이구나~ ㅋㅋ

하면서. ㅋ

 

 

9. 모유 끊기

 이유식에서 유아식으로 넘어가면서,

그리고 같은 개월 수의 친구들이 모유를 떼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나도 안 아프고 아기도 덜 불안하게 뗄 수 있을까.

 

모유 대신 우유로 대체도 해보고, 이유식을 많이 먹여보기도 하고.

모유를 먹이면서 젖병을 거부해서, 모유를 젖병에 유축해보기도 하고,

젖을 말린다는 식혜도 구해봤다. (귀찮음에 안 만들었더니 아직도 있다;)

 

한 며칠 그러다가 그냥... 그냥 줬다.

안 주자니 나도 가슴이 뭉쳐서 아프고, 억지로 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크면 어차피 안 먹을 건데, 사회생활(유치원 등) 시작하기 전에는 떼겠지 싶어서.

 

그러다 보니 끝 무렵엔 거의 내가 부탁하다시피 해서 먹였다.

이럴 줄 모르고 유축기도 다른 사람한테 양도했는데, 손으로 뭉친 가슴 짜내려니 내가 아파서... ㅠ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아기도 안 찾고 나도 모유 양이 줄게 되었다.

 

젖을 떼면서 또 한 번, 역시 엄마랑 아기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여전히 연결되어있다고 확신했다.

 

18-19개월인 지금은, 장난으로 아~ 해도 안 문다. 쪼끔 섭섭하다.



10. 단유 후 가슴 크기가 작아진다.
라는 말을, 한창 모유수유로 고민일때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거짓말... 쬐끔이지만 드디어 패드가 없는 속옷도 입을 수 있게 되었는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닐 것이라 믿었고, 나는 아닌 쪽일 것이라 믿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3n년 동안 나보다 작은 성인 여자를 본 적이 없다.
수유 전에도 작아질 것도 없는 크기였는데...
세상에 더 작아질 수가 있구나 했다.
아니, 작아질 게 없어서 그냥 아예 사라졌나보다.
그러고보니 속옷도 왜 입나 싶다.



11. 단유 후 (노란 액체)
아이가 젖을 떼고 나서도 짜면 나온다.
뭉치기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아기가 모유를 찾지 않고, 나도 젖을 주지 않은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가슴 끝이 간질간질해서 속옷때문인가 하고 만졌더니 노란 액체가 나왔다.
아마도 고여있던 모유겠거니 했지만, 한편으론 관상선종(Tubular Adenoma)이라는 양성 종양이 있던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폭풍검색을 했다.
단유 후 노란 액체, 노란 모유, 단유 노랑 등등...
찾아보니 끈적거린다는 말이 많았는데, 나는 끈적이지도 않아서... 그런데 고여있던 모유가 맞았다.

지금은 가렵지도 않고 건드려도 아무렇지 않지만
짜면(...) 하얀 액체가 나온다. 아기는 그걸보고 우유라고...(아니야.)



12. 유방 종양 (관상선종)
글을 쓰다보니 생각났는데, 그러고보니 가슴에 종양이 있었다. 임신하고 4~5개월 때 샤워하다 발견했던 것같다. 처음엔 웬 몽우리지? 하고 다니던 산부인과에 얘기했더니 전문병원으로 가보라고 소개장을 써주셨다.

초음파 검사와 조직검사까지 한 결과, 관상선종(Tubular Adenoma)이라는 양성 종양이라고 했다.
이건 도중에 악성으로 변하는 종양이 아니니까 안심하고 크기가 커지는지(약 2.6cm였다) 추적검사만 잘 받으라고 했었는데 한번도 안 감...;;

아니아니, 검사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아무튼 관상선종은 모유수유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아 또 개인 tmi 이지만, 모유수유하는 동안에도 가슴 아래에 몽우리가 있었는데, 단유후에 보니 없어져있다.
가슴이 작아지면서 같이 작아지다 없어진 건지,
가슴이 들어가면서 같이 저 안 쪽으로 들어간건지...
아무튼 지금은 없다. 몽우리도, 가슴도... (슬픔)


 





 

1년 반동안 틈틈히 해온 메모와, 작성하면서 떠오른 일들은 우선 이렇다. 또 생각나면 추가해서 적어놔야지.
아직은 계획이 없지만, 다음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누군가는 나처럼 버벅대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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