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育児/일상기록・日常

아기 혈변 + 병원 (사진없음)

곤냑 2021. 6. 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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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5
#26개월
#긴글주의
#일기를가장한의식의흐름의나열


'혈변' 이라는 게 종류(?)가 많은 것 같다.
검색해보면 피가 조금 묻어 나온 것도,
핏 덩이가 나온 것도 다 혈변이라고 하나보다.


작년에 더 아기 때,
두어번 응가에 피가 섞여 나온 적이 있다.

처음 아기 응가에서 피를 봤을 땐
'?????????'
진짜 너무 놀래서 거의 울먹이면서
#8000 (소아구급전화상담) 으로 전화했었는데.
딸기잼처럼 진득한 게 아니면 괜찮다고,
조금 더 상태를 지켜보다가 잼같은 피가 나오면
구급차 부르라고 하셨다.
그리고 항문쪽에 상처가 나서 피가 묻어나온 걸 수도
있다며 확인해보라고…

그렇게 처음 혈변이라 생각했던 사건은 혈변이 아니라
항문의 상처가 원인이였다.


두번째는 한 번만 나오고 말아서
'아 멎었나보다' 하고 그냥 넘어감.
양도 적었고…
그래도 다시 찾아보니, 일시적인 장염일 수도 있다고.
그래서 '장염이였나보다' 하고 넘겼다.




엊그제 24일, 아침부터 손가락 한마디 양의 응아를
찔끔찔끔 노나서(?) 싸더니..
저녁엔 배가 아프다며 힘을 주더라.
그리고 나온 결과물을 보니
피가 살짝 섞인 투명한 점액질도 같이 나왔다.
또 장염인가보다… 했는데
전 날에도 응가가 시원찮았고 배에 힘을 자꾸 주는데
변비인가? 도 싶었다.

이젠 말을 하니까 조금씩 자기의 상태도 표현하는데,
배를 문지르면서 자꾸 이타이이타이(아야아야)하다고;
배가 꾸루꾸루 한다는데, 뱃속이 꾸룩꾸룩 했나보다.
설사인가 싶어 긴장했는데 또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응가와 점액질 피..
이번엔 혹시나 싶어서 사진을 찍어뒀다.

그리고 재우고나서 엄청 검색했다.
아까 찍은 사진이랑 가장 비슷한 사진을 찾아서.
'아기 응아사진을 인터넷에 왜 올리나
자기 자식이니까 이뻐보이지 응아는 응아일 뿐인데…'
라고 생각했던 지난 날의 나를 욕하면서..
세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터넷에
응가 사진이 왜 이거밖에 없어!!!

비슷해보이는 사진들 찾아보니
항문근처 상처부터 시작해서 장이 뭐 꼬여서 라는
말들도 있고… 구급차에 응급실 이야기까지 있었-
하지만 일단 좀 더 지켜보기로.


ㆍㆍㆍ

다음날 아침. 25일!
아침에 기저귀를 갈려고 보니
응아는 아니고 피만…
시뻘건 피는 아니였고 물 탄 것처럼 연했지만
자는 동안 나온 건지 말라서 엉덩이에도 묻어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온 게 아니여서
병원가기가 애매했기에
오늘도 또 나오면 그땐 병원이다- 결심!

아침부터 물놀이를 위해 욕조에 물 받고,
물 받는 동안 앞머리 손질을 시작했다.
작년 여름의 짧은 앞머리가 귀여웠는데
룰루랄라 싹둑싹둑

머리 감기고 욕조에 넣었는데,
나도 들어가려고 보니 욕조에
욕조에
욕조에
욕조에
작은 핏덩이가!!!
가장 큰 덩어리는 바가지로 떠내서 사진 찍고
애기 꺼내서 병원갈 준비!!

택시 예약도 처음
예방접종 외에 진료도 처음
(원래 갔던 소아과는 문을 닫…)
몰라몰라 일단 밥 좀 먹이고(갑자기 먹여야할 것 같았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어쨌든 후다닥 준비했다.
아이가 아파하면 구급차를 부를려 했지만
평소랑 같아서…


ㆍㆍㆍ

예약없이 와도 된대서 왔더니
이건 머 또 기다림 ㅠㅠ
어떻게 말해야 아기 상태를 정확하게 알릴 수 있을까,
긴장해서 버벅대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어지러웠는데
아이는 잘만 놀았다;;
그제서야 보인 아이의 앞머리.
작년 여름보다 더 짧…네?
고개를 조금만 들면 벗겨질 것 같은데??


소아과 선생님께 사진을 보여드리며
설명을 했는데,
사실 사진 속에는 그리 많아보이지 않았는데
선생님은 심각한 얼굴로
피가 제법 나왔네요.. 라고.
실제로도 그렇게 많이 나온 건 아닌 거 같은데…
아무튼 항문은 깨끗하니 안을 확인해봐야겠다며
다른 병원 소아외과에 소개장을 써주셨다.

처음 들어 보는 병원…
거리도 멀고, 소아외과가 진료가 없는 날이었는지
구급과로 바로 가라고.

소아과를 나서기 전 기저귀를 갈았는데
또 피가ㅠㅠ 나와있었다.
시뻘건 피가 아니고 물에 탄 듯한 연한 피!!
스친 상처에 휴지로 찍어서 묻은 듯한…
아무튼 또 사진 찍어 놓고 준비해서 출발!!


ㆍㆍㆍ

큰 병원 구급과!
다행히(?) 구급차가 들어오고 환자가 실려오는
장면은 없었다.

슬슬 낮잠잘 시간인데…
칭얼대기 전 이름이 불리고
이미 몇몇 환자들이 누워있는 구급실로 들어갔다.
응급실이랑 다른 곳인가보다.
드라마에선 24시간 일분 일초가 급박하던데


먼저 선생님께 사진을 보여드리며
소아과에서 했던 멘트 복붙.
복부 초음파 한다고 눕혔는데 그때부터 울음 시작;
목 아래부터 배 아래까지 천천히
싹 훑었는데 (작고 짧아서 웃펐음ㅠㅠ)
이상 없어 보인다고~~~

끝났나? 했는데
왠 장갑과 기구들을 가져오시더니
간호사님이 엉덩이 검사 할테니
어머니는 잠깐 대기실에 나가있으시라고…
네?????!???!!???

나 : 괜찮으시겠어요? (너무 울어서요…)
간호사님 : 괜찮아요, 걱정마세요. ^^
(나가셔야 진료합니다)

결국 울음터진 아이를 가리는 커튼을 보며
덤덤히 대기실로 나왔지만 (나오는 중에 길 잃음;)
엄청 두꺼운 구급실 문틈으로
엄마를 부르짖는 아이 목소리가 ㅠㅠ들림
"엄마아아아아아!!!!아아어어어어어어엉
엄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두번다신 여기 안 오겠다고 다짐한 순간
어머니 들어오시라고 문 열림!
문이 열리자
"마- 마- !!!!!!" 라는 목소리가!
"엄마" 부르니 안 와서 마마라고 부른 건지;

아무튼 우는 아기도 울다 지쳤는지
내 얼굴 발견하자마자 울음 뚝
침대 맡에는 관장을 하셨는지 그 결과물들이…



검사가 끝나고 설명을 듣는데,
아이는 그 사이 잠이 들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장 점막에 상처가 나서 피가 난다고.

아니 사실 글로 쓰니까 이렇게 한 줄로 끝나는데!
선생님이 원래 말투가 그러신지, 아님 내가
외국인인 걸 알고 느리게 말씀하신 건지,
되게 진지하게

"살펴본 결과…
초음파로 봤을 때 다른 내장에도 이상이 없고…
치질이 있다거나… 뭐 심각한 병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기구를 넣어서 확인해봤는데…
장 안에 점막에 상처가 나서… 거기에 출혈이 있습니다…
원인은… 모르겠고…
기구를 넣었을 때 마침 건드렸는지.. 피가… 나오더라구요….
아마도… 정확한 원인은 아니지만…
단단한 응가가… 나오다가… 긁어서 난 상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
그냥 아무 이상없고 장에 출혈이 있어서 혈변처럼 나온 건데 딱딱한 변이 원인인 것 같다고 하면 되지!!


"아마.. 큰 병은 아니지만 우선 지켜보고…
일주일쯤 뒤에… 한 번 더 경과를 보고 싶은데…
괜찮으신지요…?"

무슨 우리 애로 연구하는 듯한 말투와 분위기?
그도 그런 것이, 엉덩이 검사가 끝나고 애기 기저귀 다시
갈아입히는데 뒤에서 작게
"검사 도구랑 어떻게 할까요?"
"비닐에 넣어서 어디에 놔두면 될 것 같다"
라는 간호사님과의 대화가 들렸던 터라
뭐지…? 싶었지만, 혹시 모르니까 예약함.



그런데
품에 안겨 자느라 땀에 절기 시작한 26개월을 데리고
다음 진료 예약하고 계산하는데
아무도 안 도와줌 ㅠㅠㅠ
혼자 낑낑대며 끝내고 택시타니 아기가 일어남!





병원비
소아과 -500엔
큰 병원 -500엔
택시비
6,500엔

택시비…………ㅋㅋㅋㅋ



아무튼 그 뒤로 잘 놀았다.
너무 부담스러운 음식은 또 아플까싶어서
오랜만에 후기이유식 만들던 기억을 떠올려
죽도 만들고 ㅋㅋ

조금 지쳐보이긴 했지만…
다음날 아침까지도 응아를 안 했는데
(원래 아침에 응아하는 편)
자기 전에 한 걸 보니 정상적임.




아 길다.

아참, 다음날 밤에 본 응가에도
빨간색이 섞여있었지만
자세히(…) 보니 피는 아니였다.
아마도 수박인듯…

그러고보니 작년 여름에도 빨간 응가를 보고
굳은 적이 있었는데. 이거야말로 혈변?!!
지나가며 본 오빠가 수박아니냐고…
수박먹었다고 응아가 빨간색이면,
우유먹으면 왜 흰색이 아니냐?
콧웃음치고 검색해보니
수박때문이
맞았음.




아…

하루가 긴 날이었다.


그랬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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